재무제표 공부를 시작하면 다들 대차대조표(balance sheet)부터 본다. 자산, 부채, 자본이라는 세 단어와 ‘자산 = 부채 + 자본’이라는 공식도 금방 외운다. 그런데 막상 실제 기업의 대차대조표를 펼쳐 놓으면 숫자만 눈에 들어올 뿐, 이 회사가 지금 괜찮은 상태인지 아닌지는 여전히 감이 안 잡히는 경우가 많다. 공식을 몰라서가 아니다. 공식과 실제로 숫자를 해석하는 것은 다른 능력이기 때문이다.
공식을 안다고 재무 상태가 보이는 건 아니다
자산에서 부채를 빼면 자본이 나온다는 건 계산이지 해석이 아니다. 어떤 회사의 자산이 100억이고 부채가 80억이라고 했을 때, 이 숫자만 보고는 이 회사가 안전한지 위험한지 판단할 수 없다. 부채가 어떤 종류인지, 언제 갚아야 하는지, 그 돈으로 뭘 사뒀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대차대조표를 읽는다는 건 이 세 숫자를 아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있는 항목들이 서로 무슨 관계인지를 따라가는 일에 가깝다.
한 시점만 보면 오히려 헷갈리는 이유
대차대조표는 특정 시점의 스냅샷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걸 손익계산서처럼 어떤 흐름이나 성과로 읽으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숫자 하나하나에 의미를 억지로 부여하게 되고, 오히려 더 헷갈리는 경우가 흔하다. 사실 한 시점의 대차대조표만 놓고는 알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지난 분기,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했을 때 자산이나 부채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를 봐야 그제서야 의미가 생긴다. 늘어난 자산이 현금인지 재고인지에 따라서도 해석이 완전히 달라지고 말이다.
실제로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이 보는 것
대차대조표를 어느 정도 편하게 읽는 사람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숫자 자체보다 변화의 방향을 먼저 본다. 부채가 늘었다는 사실보다, 왜 늘었는지와 그게 유동부채인지 장기부채인지를 확인한다. 대차대조표 하나만 보지 않고 손익계산서, 현금흐름표와 같이 놓고 본다. 이익이 나는데 현금은 없는 회사, 자산은 느는데 실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인 회사처럼, 한 표에서는 안 보이던 문제가 이렇게 겹쳐 봐야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업종의 다른 회사와 비교한다. 부채 비율이 높다는 것도 업종에 따라 정상일 수도, 위험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숫자보다 상대적인 위치를 본다. 그리고 처음부터 모든 항목을 다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유동자산과 비유동자산, 유동부채와 비유동부채 정도의 큰 구분만 먼저 잡아두고, 나머지는 필요할 때마다 하나씩 채워 넣는 식으로 접근한다.
마무리
대차대조표가 어려운 건 공식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한 시점의 숫자만 보고 회사 전체를 판단하려고 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숫자를 더 외우려 하기보다, 시점 간 비교와 다른 재무제표와의 연결을 먼저 익히는 쪽이 실제로 표를 읽는 데 더 가깝다.